박치기 パッチギ

[井筒和幸/2005]

제대로 할줄 아는 외국어가
영어와 일어 두개뿐이다보니,
가끔 일본영화도 보게 된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를
(흔히 말하는 의미의)
민족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타국땅에서 살아가는
한국사람들의 이야기에는
강한 흥미를 느낀다. 일본의 재일교포문학(가네시로
가즈키를 포함한)에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도 다 그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내가 지금 미국땅에 살고 있는
한국사람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런 증세는
내가 한국을 떠나오기 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이 영화 역시 재일교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보고난
직후에는 막상 그리 깊은 감동이
느껴지는 것 같지 않았는데, 그 후로 계속
생각을 해보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여운이 깊어진다.

일본의 대중예술들에 흔히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이 영화 역시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강하다.
먼저 설정해놓은 이야기의 구조에
스토리를 끼워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티가 나는 방식으로 은유나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갈등은 사랑으로 극복하자' 라는 주제또한
유치하리만치 단순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방식의 진정성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제작자와 각본가와 감독이
재일조선인들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영화가 무척이나 작위적인 와중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역력히 드러난다.

여기에서 이 영화의 주제가 '유치하다'라고 했던 말을
도로 취소해야 할것같은 느낌이 든다.
왜냐면 제작진은 사랑이 뭔고하니 그것은 깊은 이해이다
라는 것을 영화 전체를 통해서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해라는 것은 Knowing과 Understanding.
사소한 디테일까지 허투루 버리지 않고 이용해서,
당시(60년대 후반)의 재일교포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근본적인 부분부터 자세하게 묘사해준다.
게다가 유머또한 잊지 않았으니,
유치하다는 말은 취소.

그정도 만으로도 이 영화는 박수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덧붙여 1:

영화의 주제와는 별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영화의 중반까지 자주 나오던 남자주인공의 단짝친구는,
남주인공의 재일조선인 소녀와의 연애가 슬슬 잘 풀리기 시작하면서
슬그머니 영화속에서 자취를 감춘다.
'연애시작하면 친구는 뒷전'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또한
잊지 않고 묘사해 주시었다.

덧붙여 2:

영화속에 모티프로 사용된 북한노래 '임진강'과
그 노래를 비롯해서 몇곡의 삽입곡을 부른
'더 포크 크루세이더스'는 상당히 좋다.
이틀정도 그 음악들만 들었다.
나는 일본음악에 거의 관심이 없는데,
이런 음악들을 들으면 종전후에 일본 대중음악인들이
쌓아온 공력이 만만치가 않다라는 느낌이 든다.

덧붙여 3:

작년의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될 정도로
국내영화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일본에서는 괜찮은 흥행성적까지 올렸다는데,
막상 국내 개봉이나 비디오출시는 되지 못했단다.
짙은 조총련의 색깔때문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있던데,
설마 그랬기야 했을라고?
하기사 통일전쟁 어쩌고했다고해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하자' 운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걸 보면
그러지 말았으리란 법도 없지만서도..
by totuta | 2005/10/18 02:33 | 보고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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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내일은태양 at 2005/10/18 13:04
나 역시 민족주의자 될 그릇 조차 안되는 사람이지만서도
박치기의 검은 치마 흰 저고리는 정말 아름답더구마.
단지 여주인공이 아름다워서 그런가.

하여간, 저 아름다운 것을 우찌 남한땅에서는
계속 이어가질 못하는가 하고 생각해봤다.
그런 면에서 볼때 북조선이 고수했던 민족주의적 노선에
어느 정도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더라.

근데, 남한에서도 결혼식 폐백이라든지
장례식이나 명절에 계속 한복을 입긴 입잖냐.
그걸 국가에서 강요한 것도 아니고
어떤 국민적인 차원의 각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특별한 경우에 꼭 한복을 찾아 입는데
미뤄짐작해보자면, 한복이란게 워낙 아름다우니
자기들도 모르게 한복을 꺼내 입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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