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매카트니 Paul McCartney
[유나이티드센터/시카고/2005.10.19.]

폴 매카트니는 더 이상
예술가가 아니다


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렇게 되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그나이(지금 만 63세)의 뮤지션한테
무슨 예술을 바라느냐라고 말할 수가 없는 것이,
같은 영국출신의 비슷한 연배인 에릭 클랩튼이나
롤링스톤즈(스톤즈는 쪼끔 약하긴 하지만)같은
사람들은 아직도 분명히 예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예술은 도전(Challenging)이다.
그 대상은 미개척분야, 독창성, 매너리즘 등등.


















나는 폴 매카트니의 이번 투어에서
단 한번의 공연을 보았을 뿐이고,
사실 투어라는게 공연마다 완성도의 편차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런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폴 매카트니의 이번 공연은 좀 방만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공연의 의도된 퀄리티로 말한다면, 내가 관람한
10월 19일의 시카고 공연은 품질이 그리 낮은 편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공연 전체를 통해서
음악적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거의 받을 수가 없었다.
비틀즈시절의 히트곡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뭐 그렇다 치자. 문제는 2002년 투어를 포함한 이전 투어들에서
연주했던 방식(편곡이라고 해도 좋고, 연주자세라고 해도 좋다)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부 타성으로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조크까지도.

그러니까
자기가 자기자신을 표절한다
라고 하면 대충 비슷한 뜻이 될 것이다.


















물론 칭찬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Ram 앨범의 Too Many People 이라던지,
비틀즈시절의 싱글B면 곡인 I'll Get You 라던지,
97년 곡인 Flaming Pie 라던지,
화이트 앨범의 숨은 진주인 I Will 이라던지,
새로운 레파토리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높이 살만 하나,
그것마저도 산만한 공연 구성속에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말았다.

공연이 너무 산만하게 구성이 되어있다.
김규항씨가 블로그에서 말씀하시기를
록 콘서트란 밴드와 관객의 섹스와 같다 라고 하셨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빵점이었다.
한곡 부르고 관객들에게 '나 잘했어?'
라고 꼭 환호를 요구하더라.
비틀즈의 주력 작곡가로서 거의 전설의 위치에 올라간 폴 매카트니가
아직도 그런 환호에 목말라야 할 필요가 있을까.
나이가 들 수록 그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아 보인다.


















늦은 재혼에서 늦둥이 딸을 본 때문일까.

아니면 무대에서 뭘 어떻게 연주하던 간에
비싼 표값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연장을 꽉꽉 메워주는 팬들을 보고 마음이 풀어진 때문일까.

비싼 표값에 합당한 공연품질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폴 매카트니는 한번 공연에 이십억원 정도를 자기 주머니로 가져간다.
이런게 과연 말이 되는가 하는 얘기는 다음에 하자.)
표값이 쌌다면 넘어갈수 있는 문제들이란 얘기가 아니다.

그는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관련글은 여기로
그렇기 때문에 나로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공연이 아쉬웠던 것이다.

하긴 그의 천재성의 역설이
이번 공연의 진부함을 설명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나는
매카트니가 앨범 낼 때마다 바로바로 사주고,
매카트니가 공연할 때마다
비싼표값 다 지불하고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가서
티셔츠도 사주고 음료수도 사먹는
충실한 매카트니의 개다.

해서 서글픈 마음에 한번 짖어 봤다.
by totuta | 2005/10/20 22:52 | 보고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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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성훈 at 2010/04/15 22:33
궁금한게있는데요..폴맥 VIP 스탱딩 좌석 등 티켓값 자세히 알고싶습니다.
Commented by totuta at 2010/04/16 15:31
요새는 모르겠지만, 2005년에는 미국 기준으로 50달러부터 최고 350달러까지 있었습니다. 스탠딩 구역은 따로 없었고, 플로어 전체가 좌석이었습니다. 공연 리허설등도 관람할 수 있는 VIP패키지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2000달러 정도 수준이 아니었나 싶네요.

위의 정보는 어디까지나 2005년 미국기준입니다. 티켓가격이나 좌석 구분 방법은 공연하는 국가에 따라 꽤 다르거든요. 북미지역이 유난히 좌석간 가격차이가 크며 비싼 티켓이 많고, 유럽이나 일본쪽은 가격대가 비교적 균일하면서 그리 비싸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2002년 일본 공연은 전 좌석이 1만엔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Commented by 김성훈 at 2010/04/17 10:12
아 네^^ 자세한 성의있는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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